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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미하) Why So Serious?

2014/02/22 끝나지 않네, 여름! 한정 배포본






 터엉─! 

 

 발치에 있던 양동이를 대충 걷어찼다. 철제가 돌바닥에 긁히고 나뒹굴며 멀어져 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소리는 수돗가 근처 대부분의 공간을 메꾸었다. 때문에 주위는 마치 성난 관중으로 둘러싸인 경기장 같았다. 빈양동이는 한참을 그렇게 굴러갔고 담장에 부딪혀 겨우 멈추었다.

 

 조용해진 수돗가에는 나와. 불안으로 가득 찬 아이와. 아이의 떨림만이 남았다. 미하시였다.

 

 "렌."

 

 차분했다. 단단히 꼬여버린 엿 같은 기분으로 지껄인 것치고. 이 타지마에게 있어서 꽤나 다정한 음성이지 않나. 일단 불이 붙으면 본인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방으로 뻗친다는 것을 잘 안다. 그 열덩어리는 내가 가진 어떤 감정으로도 다스릴 수 없는 성질의 것이어서 지금 이 상황이 그저 생소하기만 했다.

 

 억센 불이 순식간에 수그러진 까닭은 의외로 시시하고 단순하다. 내뱉어진 외마디가 테리어들의 탐스러운 털가닥을 닮은 아이를 가리키는 단어이기 때문이었다. 겨우. 고작. 그런 부실한 이유였다.

 

 입술 사이로 부드럽게 새어 나오는 발음이 묘하다. 연이어 중얼거려 볼수록 침착해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부지런히 곱씹으며 성난 기분을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이름마저도 무르기 짝이 없어 한숨 섞인 웃음이 별안간 터져 나왔다. 내 뜬금없는 웃음소리에 미하시가 반응했다. 내게 말을 걸어야 할까 우물쭈물 망설이는 것이 등 뒤로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무시할 수 있었다. 이리도 가볍게 풀어지는데. 화가 나는 정도인 걸까, 나는.

 

"타…타지, 마."

 

 결국 녀석을 울렸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자연히 알 수 있었다. 나를 부르는 가느다란 목소리에 흐느낌이 실렸다. 울음은 귓바퀴를 타고 들어와 내 심기를 있는 대로 건드렸다. 물론, 미하시는 그것을 막으려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러하라 일렀음으로.

 

 울음을 목구멍 뒤로 삼키는 것을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는 정도이니, 지금 그의 모습은 참으로 추하리라. 눈물을 닦아내던 손은 이미 그 쓸모를 다하여 울음을 그치는 것은 진즉 포기했을 것이고, 흐릿한 시야가 원망스러우니 고개를 숙인 채겠지. 또, 아닌 척 참고 참아도 비집고 나오는 공포를 꾸역꾸역 틀어막아 볼 것이고, 그럼에도 모자란다 싶으니 숨이라도 죽이려 애꿎은 입술을 씹지는 않았을까. 입가와 소매는 분명 그 핏물들로 더럽게 얼룩져 있을 것이다.

 

 "타, 타지…. 마."

 

 내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지 아이는 궁금해 하겠지. 어쩌면 기뻐하고 있을지도. 그렇다 해도 미하시는 나를 볼 수 있을 때까지, 얼굴을 마주 보고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일 때까지. 언제까지고 그 자리를 지킬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왜 화가 난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그런 조잡한 이유야, 벌써 생각하기를 그만두었을 것이었다. 가엾게도.

 

 천천히 뒤돌았다. 신발과 지면이, 모래알과 돌들이. 마찰하는 끌림에 그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다급하게 여러 번 깜빡여 고인 눈물을 전부 털어내고 시선을 나와 맞추려 애쓴다. 미처 먼저 다가오지는 못하고 내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애처로이 나를 주시한다. 가엾은 것.

 

 "이리 와."

 

 대답은 없다. 내 품이 작아 미하시를 제대로 안아줄 수는 없지만 아이는 내 말이라면 고작 한마디라도 기뻐한다. 나 또한, 그거면 미하시에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라는 것이 대단한 것도 같아 한편으로는 상당히 우쭐해지기도 한다. 좋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면서, 그것은 가끔 짜증나고 성가시며, 어쩔 때는 내가 더 초조해지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때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나는 이것을 다행이라고 여긴다.

 

 모르는 척.

 

 "피 나."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그리고 만족하면서.

 

 볼품없이 떨구어진 고개가 자꾸만 가슴언저리를 아리게 한다. 내가 좀 더 자세를 낮춰 미하시의 얼굴을 살피다가 한참을 우는 아이의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기척이 느껴져 미하시가 슬쩍 눈을 맞춰올 때 즈음 시선을 거두고 옷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미하시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벌어지는 입가에서 이따금씩 수면 위로 숨통이 트이듯,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핏방울들이 호선을 그리며 콘크리트 바닥으로 작게 흩뿌려졌다.

 

 오늘은 제법, 제대로 된 곳에 맞았나보다. 아이의 상기된 표정을 바라보다 눈가 위로 손을 올렸다. 울음이 싫었다.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정작 나인데. 눈 앞에서 안 보였음 하는 배덕한 바람이었다. 조금 낯간지러웠지만 신기하게도 녀석의 곡소리가 잦아들었다.


 멈추지 않는 울음에 애통하여 쥐어 뜯을 만큼 잡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내게 맞아 헝클어진 것인지 미하시의 머리카락이 지저분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아까 분에 못 이겨 주먹을 휘둘렀을 때, 고꾸라지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던 미하시가 떠올랐다. 행여 그때 묻은 흙먼지라도 털어낼 수 있을까 공들여 정돈해주었다. 아이를 데려다 눈물로 퍼석하고 까칠해진 뺨을 씻어주고 마른 피딱지들도 닦아냈다. 저지른 잘못 하나씩, 그렇게 차분히 쌓아갔다.

 

 히끅거리며 갓난아기처럼 고스란히 내 손길을 받던 미하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약간의 울음을 남겨두고 내게 말했다. 미안하다고.

 

 "뭐가?"

 "…못나, 서."

 "그럼 울지마."

 

 끄덕인다. 지금도 간신히 참고 있는 주제에.

 이렇게 흐느끼면서 잘도 그러겠다고 한다.

 

 "다음엔."

 

 다행이야. 진실로 다행이라 여겨.

 

 "다음번엔."

 

 네가 좋아하는 내가.

 

 "죽여 버릴 거야."

 

 나라서.

 

 

 

 

 

*

 

 

 

 

 

 사실, 공부가 싫은 건 아니다. 무언가를 배움은 나날이 야구실력을 늘려 나가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라 조금만 성의를 보인다면 방과후 수업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야구 덕분에 널럴하진 않아도 딱히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는 건 아니었는데. 어째서인지 몰두하지 않게 되었다. 집중력도 좋고 기억력도 좋으면서 낙제씩이나 하고 있다고 주위에서 이상하다 여길 정도여서 곤란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타이밍에 '야구바보' 딱지가 붙은 탓에 굳이 당황하지 않아도 되었다. 추가시험을 보는 내 입장은 이상할 게 전혀 없었고 야구소년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웃어넘길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다지 깊게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다. 머리가 좋으면 매번 낙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간단한데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쉽게 어기는 아이가 있었는데, 바로 미하시였다. 학기 초반, 언젠가의 방과 후에 부끄러운 듯이 닳은 노트와 필기구 몇 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연습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고 이즈미가 물었다. 먼저 가서 연습하고 있으라는 말을 듣고 자지러지게 웃었지만. 그랬지만.


 머리가 좋지 않아도 매번 낙제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 속으로 '같이 있기 힘들구나.' 하고 느꼈고.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라는 말로 어렵사리 떠올린 것이 나 또한, 낙제하는 것.

 

 그런데 이번은 내 실수다. 미하시가 안 보이는 곳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방과 후, 나머지 공부와 더불어 야구 연습까지 하는 통에 몸이 두 개여도 힘들겠다면서 농담을 나누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설마설마 했던 것은 정말 큰 실수였다.

 

 이번에도 낙제를 염두에 두고 치른 시험. 점수는 비록 턱걸이었지만 낙제만은 면한 미하시가 내 뒤통수를 때렸다. 미하시는 야구를 더 할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신이 나있었다. 예정에도 없던 나홀로 추가시험에 조금 배가 아프고 역정이 났지만. 이까짓 시험쯤이야. 이렇게 된 참에 며칠 허투루 출석해서 좀 쉬다가 돌아가야겠다─

─고 생각했었는데.

 

 추가 수업시간. 담당교사의 사정으로 자습이 결정된 오늘, 제대로 쉼을 즐기고 있던 참이었다. 교실도 마침 마운드가 보이는 곳이어서 창가에 앉으면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여유롭게 내려다 볼 수 있었으니 나름 이 시간에 만족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이쪽 교실의 수업이 자습이라는 것은 모를 테고.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쉬다 가리라. 그렇게 평탄한 저녁을 보내고 있던 나였다. 아베 타카야가 나타나기 전까지.

 

 낙제한 아이들 중 나를 빼고 모두 적당히들 귀가한 터라 교실엔 나와 녀석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기도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창밖의 마운드에는 미하시가 서있었는데 어제 수돗가 앞에서 울며 물어뜯은 입가에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동안 내 세계에 빠져 있기로 했다. 턱을 괴고 볼펜을 손에 쥐고 돌리며 보란 듯이, 그리고 소리 없이 기다리라 일렀다. 노을빛으로 물든 교실이 따듯하긴 커녕 서늘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내심 마음에 들어 될 수 있으면 좀 더 이러고 있었으면 싶었다. 아베 녀석, 열이나 더 받아먹으라고.

 

 '나'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아베 타카야.

 

 처음부터 눈엣가시였던 것은 아니다. 마주칠 때마다 달라지는 녀석의 시선에 나 또한 쉽게 알아차렸다. 그냥 나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겉이랑 속이 다르니 얘는 뭔가 싶었겠지. 나도 '눈이 좀 좋은 녀석인가 보다.' 했고 그저 좀 주의하기만 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으면 나도. 그것으로 끝이었을 것이다. 사이좋은 학우로써 우리는 완벽했거든.

 

 아베는 미하시를 아낀다. 배터리라는 것이 이유가 되었다. 우리 사이에 끼어드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그렇게 나에게서 미하시를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여지껏. 아마도 미하시에게 남몰래 공부를 하게 유도한 것도 녀석이리라. 이건 좀 유치하네. 재수 없어.

 

 열은 아주 미약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쩐지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 점점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 끊임없이 발화를 위해 온도를 높여가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 없었으나. 끝내 억눌러야 했다. 참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아베를 수 십번 찔러 죽였다.

 

 "타지마."

 

 드디어 아베가 입을 열어 나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돌아가던 볼펜이 손끝에서 멈췄다. 메스꺼울 정도로 화가 끓어올랐지만 곱씹어 삼켰다. 가루약을 넘기는 것보다도 성가신 일이었다. 시선을 느리게 그에게로 옮겼다. 아베는 나를 잘 알고 있어서 지금 이 분위기가, 이 상황이, 내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나를 살폈다. 그것들이 전부 역겨워 뒈질 것 같았다.

 

 이실직고하자면 딱히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용무의 주제를 알고 있었으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피곤함이 엄습해온다. 솔직히 누가 봐도 내 입장에서 참는 것이 더 이상하다. 겁이라도 줄까. 슬슬 받아오는 열에 사고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 이상 질질 끌면 경고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을지 나도 나를 모르겠으니. 정말로. 오늘로 끝을 내어야겠다.

 

 "말해."

 "어제 수돗가에서."

 

 역시 어제 일을 본 것이다. 나는 내가 나 자신도 어쩌지 못 할 만큼 싸이코라는 것보다 이렇게 사사건건 끼어드는 녀석이 더 이해되지 않는다. 제 3자 입장에선 공감능력 없는 정신이상자의 말이라며 욕할 수도 있지만 상황을 보라. 아베는 미하시를, 나와 같이─

 

 "씨발."

 

 어떤 미친새끼가 이 놈을 그냥 둘까.

 

 "미하시는 내가 좋대. 내버려 둬."

 "끝내지? 미하시가 자꾸 다치잖아."

 

 그렇지만 참는다.

 

 "애초에 네 녀석 때문이지 않아?"

 "열 받을 때마다 미하시 건들래?"

 

 참는다.

  

 

 

 

 

 콰앙─!

 

 아베를 걷어찼다. 하지만 나는 참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밀어내는 아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책걸상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짧고 굵은 굉음이 교실 안에 울렸다가 지저분하게 사라졌다. '이 열도 그렇게 같이 사라져 준다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이 복잡한 것들로 가득한 머릿속 어딘가를 지나갔다.

 

 심장이 크고 빠르게 뜀과 동시에 호흡도 가빠졌다. 화가 나고 있다. 열이 올라 머리로 피가 몰렸고 눈이 뻘개지는 것을 느꼈다. 잡은 멱살에 주체할 수 없이 계속해서 힘이 들어갔다. 할 수 있는 만큼 더욱더 아베를 잡아 비틀었다. 이 정도에 질식 같은 걸로 죽거나 하지 않으니까, 켁켁거리지 말라고.

 

 "아베 타카야, 너야말로 그만둬야 될 걸."

 

 오른손에 쥐고 있던 볼펜이 아베의 눈으로 향한다. 볼펜을 쥐고 있는 오른손으로 왼손의 힘이 나눠 들어간다. 점점 더 눈동자 가까이 볼펜이 내려가는데도 녀석은 결코 무서워하거나 겁먹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안 그럼 진짜 죽어."

 

 그 바람에 오기가 생겨 정말로 눈깔을 쑤실 뻔했다.

 

 "미하시가."

 

 

 

 

 

*

 

 

 

 

 

 해가 지고 노을의 붉은 빛마저 조금씩 사라져 어두워진 때였다. 예산 부족으로 라이트를 켜주지 않는 연습장은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서로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라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해가 짧은 겨울에는 지금 시간 때에 연습을 중단하고 슬슬 모두 귀가한다.

 

 다들 옷이라도 갈아입으러 간 것인지 마운드엔 미하시 밖에 없었다. 녀석은 연습이 끝난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혼자서 야구공을 연거푸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가.

 

 "미하시."

 "타, 타지─!"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던 미하시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아베를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연습은 끝났어?"

 "어, 어? …어! 응."

 

 녀석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베는 나와 미하시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고 우리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베가 사라지자 내 쪽으로 다급히 고개를 돌린 미하시는 걱정스레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물었다. 어렵게, 정말 어렵게 꺼낸 말일 테지만 나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집에나 가자."

 

 더 이상 다른 생각은 못하겠지. 이번에는 정말 알아들었으리라.

 

 

 

 

 

*

 

 

 

 

  

 "미하시."

 "어, 어! 왜…? "

 "내가 있는 게 싫으면 그냥 갈게."

 

 미하시 부모님의 지인이 상을 당했다고 한다. 앞서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솔직하게 말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사정하는 미하시의 부모님도 부모님이었지만, 무엇보다 미하시가 괜찮을 거라고 너무 오버하면서 나를 돌려보내려고 하기에 심술을 부렸다. 그렇게 갑작스레 미하시네 집에서 하룻밤 지내게 되었는데.

 

 "어? 아, 니야! 혼자 있는, 게. 더, 시싫어."

 

 이 녀석. 영, 나를 불편해하는 것이다. 아마도 아까의 일 때문이겠지. 어쩔까. 사실대로 말하면 분명 본인 때문에 내가 또 실수를 저질렀다느니 어쨌다느니 오늘 밤새도록 중얼거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꿈에까지 나와 나를 아주 못 살게 굴겠지.

 

 "아베가 너랑 만나지 말라더라. 아무튼, 그만두래."

 

 그치만 미하시한테마저 숨기고, 거짓말하고 둘러대기 귀찮고. 무엇보다 이제 그런 건 싫다.

 

 생각했던 것보다 방정맞게 호들갑 떨지는 않는데 놀란 기색이다. 그래서 어쨌느냐고, 어떻게 대답했느냐고. 온몸으로 그것들을 표현하는데. 내게 묻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가 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며 마냥 기다리는 꼴이 우습다. 어떻게 돌려보냈는지 궁금하긴 엄청 궁금하나. 무슨, 대단한 영웅의 대서사시라도 듣는 것처럼 잔뜩 설레어 하고 있다. 보아하니, 내가 알았다고 했을 리는 없으니까 조금 안심하고 있는 것이 살짝 재밌는데.

 

 "나랑 만나면 네가 자꾸 다친대."

 

 내가 거절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안심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감히. 미하시 주제에.

 

 "그래서 알았다고 했어. 끝내겠다고."

 "어, 어?!"

 

 역시. 기다리던 말이 이게 아니었겠지.

 

 힘주어 반짝거리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던 눈이 금세 시들고 색을 잃었다. 심각해졌다. 갖가지 물음이 그의 눈을 통해 내게로 와 닿았다. 방황하는 물음들이 나를 붙잡고 흔들며 묻는다. 왜 그랬냐면서.

 

 "왜. 그…랬어?"

 

 또 울음을 꾸역꾸역 참고 있다. 어제처럼 질질 짜고 그런 꼴은 보기 싫고.

 장난이라고 웃으면서 끝내려고 하려던 찰나였다. 미하시, 너는.

 

 "…날 죽일까, 봐?"

 

 그 말을 하면 안 됐었어.

 

 온도가 변하는 것이 미하시에게는 보일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눈치 빠른 아베가 아닌. 곁에 있는 미하시, 겪어본 본인이니까. 아이는 아차 싶은 듯이 두 손으로 입을 빠르게 가려보았지만 터진 팥자루처럼 쏟아진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주워본다 한들, 이미 쏟아져 바닥에 나뒹굴었던 사실은 흔적을 남기고 땅 속으로 꺼져버렸다.

 

 "글쎄."

 

 다급했겠지. 너도 초조했을 거야. 그래서 말을 잘못 고른 것이다. 지레짐작하던 생각들 중 가장 안 좋은 것을 고른 것이다. 실수가 모두 용서된다면 내가 네게 저지른 것들도 전부 실수라 하고 싶다.

 

 너와 관련된 사소한 하나하나에 흥분하며 욕을 지껄이고 화를 낼 때마다 너를 해하는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화를 내고 있는 와중에도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미치도록 제대로 알고 있었다. 뼈저리게 깨달아가고 있었다.

 

 나는 미하시를 죽일 수 있다.

 

 알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가 되었다. 왜냐면 고쳐지지 않았으니까. 나아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아베, 너도 위험하다고 느꼈을 따름이다. 나를 미하시에게서 떨어뜨려놓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현명하다. 나 또한.

 

 잠시동안의 정적은 그를 불안 속에서 죽일 수 있을 만큼. 아주 살기로웠다. 그도 그럴게 내가 미하시에게 손을 대려고 했거든.

 

 "미하시."

 "미, 미안해."

 "장난이었어."

 

 울지 말라니까 또 운다, 미하시는.

 

 "아베를 때렸어.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났는데. 참았어.

 네 말이 맞아. 나, 너 죽일 수 있을지도."

 

 나는 미하시를 죽일 수 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미하시는 얼마안가 내 손에 죽는다.

 

 

 

 

 "그래서 발악하잖아."

 

 겨울 밤공기가 시리도록 차다.






@Chwa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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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오공) 해바라기에게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