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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후리) Chronicle

MIHASHI REN (미하시 렌)

* 아래의 글은 영화 'Chronicle'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세계관이 된 이야기의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영화를 보신 분, 혹은 감상 후 글을 읽을 것을 추천드리나 선택사항입니다.

* 앤드류 디트머(미하시 렌), 매트 게레티(하나이 아즈사), 스티브 몽고메리(타지마 유이치로)


 미하시와 하나이, 그리고 타지마는 방과 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연스레 모이는 사이가 되었다.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헤븐힐에서의 파티 덕분이다. 물론, 뒷산동굴탐험은 파티와 조금도 상관 없다. 담력시험의 보상치고 초능력은 너무 후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흙더미에 파묻혀버려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세 명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오직 그 셋만이 알고 있다. 비밀 하나를 공유하는 것은 의외로 큰 유대를 만들어 주었고, 셋은 자연스레 섞일 수 있었다.


 갈등은 언제나 작은 차이에서부터 시작한다. 미하시의 실수로 뒤따라 오던 차를 전복시켜버린 사건이 있은 직후, 하나이는 초능력에 대한 규칙을 만들었다.


 첫째, 생명체에겐 힘을 쓰지 않는다. 

 둘째, 화가 나있을 때는 힘을 쓰지 않는다. 

 셋째,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을 금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순전히 미하시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그는 규칙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하던 하교길임에도 미하시는 이 자리가 몹시 불편하다. 다만 그것을 티내지 않고 있다.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뒷차가 클락션 몇 번 울리고 라이트 깜빡인 것 정도로 궂은 날 강물 속에 처박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사고였고 실수였다. 자신 또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미하시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왜일까. 몸 속 어딘가에 무엇을 향한 것인지 모를 화가 찌꺼기처럼 남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불규칙적으로 회전하고 원을 그리며 점점 번져갔다. 


 "미하시, 네 차례야."

 "자, 잠시만."


 타지마는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별 수 없이 미하시와 하나이, 둘만 남았고 어느 때와 같이 초능력 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세한 동작에 익숙해지려고 레고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간단한 게임으로 내기를 하기도 했다. 이번엔 젠가였다. 하나이는 블럭 하나를 끄집어내는 것에 연달아 실패했다. 대여섯 개를 한 번에 집어 올리거나 탑을 무너뜨린지 열두 번째가 되어서야 드디어 미하시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하나이는 조금 부끄러운지 어색하게 코를 매만졌다.


 크림 없는 크래커 만큼 밋밋하고 텁텁한 것도 없다. 간식으로 꺼내놓은 과자를 하나둘 입속에 넣다보니 금새 갈증이 몰려왔다. 미하시는 건조한 목을 달래려고 컵에 손을 뻗었다. 침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던 미하시는 불안한 자세에서 휘청하는가 싶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나이는 이를 잡아주려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잡지 못 했다. 미하시는 중심을 잃는 바람에 크게 놀랐던 것 같다. 그것이 까닭이었을까.

 터지다. 그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잡으려던 컵은 처참히 깨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젠가는 물론, 방안 물건들은 죄다 날아가 벽에 부딪히거나 부서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미하시와 하나이는 당황하여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하나이의 턱 근처에서 피가 맺혀 떨어질 때까지 정적을 유지했다.


 "하, 하나이! 피!"

 "…어? 어어."


 그제서야 하나이는 물기가 느껴지는 목 언저리에 손을 가져갔다. 아픔은 둘째치고 얼마나 놀랐는지 진정이 되지 않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핏기가 싹 가셔서 하나이보다 더 아파보이는 얼굴로 괜찮냐고 물어보는 미하시 때문에 그는 아파도 내색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표정에 신경 쓰느라 어딜 다쳤는지도 헷갈릴 참이다. 괜찮다고 말해주었으나 미하시의 표정은 굳어져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역시 미하시는 우리들 중에 제일 강하구나."


 언제나 그랬다. 이 능력으로 무언가를 시도할 때면 타지마와 하나이는 고되게 연습해야 했다. 하지만 미하시는 달랐다. 처음임에도 곧잘 해내고는 했으니까. 질량 차이 문제가 아니라 물질 자체의 차원이 다른 듯 했다. 하나이는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고자 뱉은 말이었는데 미하시는 더욱 안 좋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입을 벙긋 거리다 겨우 말을 꺼냈다.


 "예, 예민. …해서."


 또 한 번의 정적이 흘렀다. 다행히 살짝 스친 정도라 피는 더이상 흐르지 않았고 상처 위에는 작은 딱지만 생겼다. 하나이는 어색함을 무마해보려 급한대로 가까운 바닥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치우기 시작했다. 


 "미하시,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이제 막 한 번 성공했는데."


 괜히 했다. 농담일 게 뻔한 어조로 말했음에도 미하시의 표정에선 우울함이 한층 더 두터워졌다. 심각함의 정도가 달랐다. 하나이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나온 말은 쓸모를 다 하고 공중분해된 건 얼마 안 된 일이었다. 얼른 이 상황을 웃음으로 갈무리하려던 하나이 앞에 미하시가 입을 열었다.


 "…나, 얼룩 같은 게.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느껴져."

 "어?" 

 "그리고… 그게. 가끔 조절이. 잘, 안 돼."

 "미하시…?"

 "더, 커질 거야. …분명."

 "……."

 "그, 그럼 그땐…. 주저하지, 말고 …말려줘야 해."


 하나이는 미하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나이는 그의 말을 속으로 두세 번 읊조렸다. 그리고 두번 째 정적이 길어질 때 쯤 하나이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하시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리고 하나이에게 미하시가 말한 그 순간이 찾아온 것은 타지마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하나이는 생각했다. 미하시가 말한 얼룩이란 것은 눈물자국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조금 후회가 된다고.










@Chwa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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