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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미하) Greed : Run Awey

오오후리 7대 죄악 합작 中, '탐욕'



 "안 돼."


 미하시는 담담하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가 솔직한 그였지만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타지마는 왜인지 그 모습이 낯설어 거북했다. 어떤 느낌이었다고 굳이 서술해야 한다면 그것은 싫은 것도,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 느낌도 없다기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고 기필코 확인해야겠는, 싫은 느낌이지만 중독되는 무언가였다. 그런 모순이 뭉친 기분으로 타지마는 미하시를 저지했다.

 그러나 미하시는 만류하는 그를 도리어 무심하게 내친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냥 소꿉놀이 같던 작은 무리에서 둘은 몇 년을 함께 해왔다. 그 속에서 가장 절친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친구의 투정이었는데도. 미하시는 전혀 흔들리지도,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소년의 무르고 보드라웠던 마음은 알 수 없는 단단한 무언가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정말 가봐야 한다며 보내달라고 미하시는 말한다.

 유학차원이라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떠나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타지마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하시는 타지마 모르게 국적을 바꿨고 심지어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것은 어떤 이유가 붙어도 섭섭했다. 돌아올 것이다? 그것은 터무니 없는 바람이다.

 미하시는 타지마가 알고 있는 수많은 친구 중 가장 집안이 넉넉했다. 욕심이 별로 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것의 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미하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얘기할 때가 있어서 그의 친구들은 때때로 새삼스럽게 놀라기도 했다.

 얼마 전의 손목 부상으로 지금은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되어 이런 결말은 사실상 뻔하다. 친구의 이민은 우울했지만, 현재 그에게 있어 해피엔딩이기도 했으니 잘된 것이다. 괜찮다고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타지마는 이해해야 했다. 하지만 기쁘게 보내줘야겠다고 집을 나서면서 먹었던 마음은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인 터.

 피도 눈물도 없는 미하시의 모습에 화까지 나기 시작했으나, 끝내 타지마 스스로 그것들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그는 어차피 미하시다. 이래 보여도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서 조용히 울음을 삼킬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를 불편하게 만들만 한 모습은 보일 수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이 곧 마지막이 될 테니까.

"아직도, 타지마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고 생각을 정리하던 중에 미하시가 다가와 말한다.

"너는 욕심 내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그렇지?"

미하시의 이제는 좀 순탄할 것 같았던 삶을 망친 것은 다름 아닌 그였다. 그 누구도 아닌 타지마였다. 미하시의 부상은 사고가 아니었다. 철저히 사고로 위장된 타지마의 의뭉스러운 계획이었다. 모든 욕심이 보편적으로 그러하듯 본인을 위한 것이었고, 또한 그것이 미하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그랬다. 타지마의 이유 없는 탐욕이 마침내 미하시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렸을 때, 모든 것이 부서지고 망가졌다.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다지만 야구는 하지 말라는 것이,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것이, 공을 쥘 수 없다는 것이 미하시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 생각하면 타지마는 무서워졌다. 잘 견뎌낸 미하시였지만, 결국 그것이 그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을지는. 아니, 도움이 아니다. 그를 위한 것이라 믿었던 자신의 욕심이 부른 화. 타지마는 잘못을 인정했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개찰구를 지나는 미하시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미하시는 문을 나섰다. 이제 그는 없다.

 미하시는 사고의 원인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지 않은 듯 했다. 아니, 분명 아이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지마는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조금도 불편하다는 낌새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자연히 아이는 스스로가 그 일을 침묵하고 끝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을 알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쭉 알 수 없을 것이다. 대답해줄 유일한 사람이 방금 사라졌다. 아이는 없다. 떠나버렸다.

"…흐윽!"


 타지마는 눈을 감았다 떴다. 넘치는 울음 때문에 여전히 흐릿하고 뿌연 시야였다. 그럼에도 앞을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떠나고 있었다. 타지마는 공항 중앙에 서서 그들이 작별하는 것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고, 사랑했음을 확인하는 사람들. 애써 덤덤해하지만, 못내 아쉬워하는 사람들. 혼자 여유로이 여행가방을 들고 잘 다녀오겠다는 마지막 통화를 끝내는 사람까지. 저마다 그들에게는 높은 온도의 무언가가 있었다.


 결국, 잘 가라고 말하지 못 했다. 미하시가 사라진 곳에 대고 속으로 끊임없이 외쳤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과와도 같았고 질문이기도 하며 부름이기도 하고 인사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말은 없었고 타지마는 또다시 눈을 감았다. 고여있던 눈물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옷자락과 발등에 차례로 떨어졌다.

 좀 더 미하시에게 좋은 작별을 못 해준 것이, 따듯하게 안아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니 지칠 줄 모르고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말라 있었다. 전광판에 미하시가 탄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나서야 타지마는 돌아설 수 있었다.



 A FIVE YEARS LATER

 

 "1200원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타지마는 손님이 나가는 걸 보지도 않고 허공에 대고 말했다. 시계를 보니 그가 맡은 파트타임이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계산대를 정리하면서 시재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헤아렸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자라던 이백원까지 똑같았다. 나오다 말고 턱에 걸려 늘어지는 듯한 호흡으로 이백원을 채워 넣어놔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중, 손님이 들어왔다.


 타지마는 아까와 같이 허공을 향해 성의 없이 인사했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천원을 넣고 팔백원을 도로 지갑에 넣었다. 짤그락거리는 동전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지갑을 닫고 뒷주머니에 꽂아 넣고 물건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온 손님에게 상투적인 투로 인사를 건넸다. 리더기를 들고 바코드를 찍다가 컵라면이 눈에 띄자 느닷없이 허기가 느껴졌다. 점심에는 뭘 먹을까. 인류 최대의 난제를 생각하며 계산을 마치고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이렇게 또 한 손님을 보내고 타지마는 지루하던 참에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이즈미에게 부재중으로 통화가 수차례 와있던 것을 확인했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문자와 전화를 한 번 이상 남기지 않는 친구였다.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곧바로 전화하고 싶었지만, 또다시 물건을 집어 들고 카운터로 오는 손님이 있어 그만두었다. 덜렁 아이스크림 하나였기 때문에 얼른 끝내고 전화해보자고 생각했다. 기계처럼 무심하지만,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Thanks. See you later."


 타지마는 계산을 끝내자마자 핸드폰을 꺼내다 낯선 발음에 고개를 들었다. 손님은 이미 가게를 나서고 있어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부재중 전화창에서 통화 버튼을 누르고 보니 카운터에 못 보던 봉투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행기 표였다. 뭐야, 이거. 이렇게 중요한 걸 아무 데나 놓고 다니면 어떡하느냐며 혀를 내둘렀다. 이름이나 확인해두자 싶어 봉투에서 표를 꺼내 가장 먼저 보이는 행선지를 확인했다. 캐나다였다. 타지마는 가슴이 철렁했다.


 "…맞아. 그랬지."


 5년 전, 미하시가 이민을 간 곳도 캐나다였다. 딱히 떠올리면 좋은 기분으로 끝낼 수 없어 회상은 치우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이즈미가 전화를 받았다.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이즈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 타지마는 당황스럽게 했다. 이즈미는 사과할 틈도 주지 않고 다급하게 다음 말을 내뱉었다.


 〔미하시가 일본에 돌아왔대!〕


 그 말을 듣는 동시에 비행기 표에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타지마는 숨을 들이켰다. 


 '타지마 유이치로.'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표를 뒤집어도 봤지만 잘 인쇄된 이름은 사라질 리 없었다. 얼떨떨한 그는 상황을 정리할 여유도 없이 봉투를 두고 간 사람을 떠올렸다. 아직도 뭐라 뭐라 말하는 이즈미를 무시한 채 한 손엔 비행기 표를 들고 엉망으로 뛰어나갔다. 번화가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은 문을 나서면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거기서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아니, 지금이면 멀리 가고 없을 테니 이미 그것은 불가능했다. 가게를 비우고 떠날 수도 없는 처지라 포기는 빨랐다. 


 허탈한 마음이 되어 자리로 돌아왔다. 미하시의 의도를 짐작해보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추측들만 난무했다. '왜 그랬을까.', '뭣 때문이지?' 이런 근본적인 물음들로 머릿속을 가득 뒤덮었다. 고국으로 돌아온다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바로 자신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오던 타지마였기 때문에 지금 미하시의 입장에서 이 행동을 생각해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었다.


 타지마는 어려운 생각들은 뒤로 하기로 했다. 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표를 넣어두려 봉투를 집어 들고 열었을 때, 그제서야 표 말고 다른 것도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깔끔한 디자인의 하얀 카드였다. 중앙에는 단 한 마디만 적혀있었다.

 

'Give up?'




밴쿠버 공항에 도착한 타지마는 짐을 챙겼다. 여행을 온 것이 아니기에 별다른 것은 챙겨오지 않았다. 해외 로밍을 신청한 핸드폰과 여권과 같이 정말 필요한 물품뿐인 가방은 작았다. 시차 때문에 캐나다는 한밤중이었지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방을 가볍게 둘러멨다.


 만약. 만약에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라면 타지마는 괜찮았다.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사실 본인은 그걸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상황이 밝은 대낮이라면 미하시가 굉장히 곤란해질 테니. 타지마는 스스로 배려라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타지마가 생각하는 미하시라면 지금은 그의 어떤 것도 전부 변명일 것이다. 타지마는 그냥 있는 그대로 그를 만나러 가자고 생각하니 문득 물먹은 종이에 물감이 퍼지듯 그리움이 번져갔다.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딱히 할 것도 없으니 곧장 미하시에게 가기로 했다. 




 캐나다 지리도 모르는 타지마가 이곳에서 미하시의 집을 알 리가 없었다. 그가 남긴 카드에는 비슷한 언질도 없었으니 가는 길은 막막했다. 천운으로 미호시라는 이름의 건물을 찾았지만 미하시가 늦은 시각까지 그곳에 남아있을 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신기하게 건물은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층의 불이 밝혀있었다. 뭔가 미호시 그룹이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은 높지 않았지만, 충분히 고층이었다. 1층 로비로 들어서자 준비되었던 것처럼 경비가 말을 걸어왔다. 


 "13층입니다."


 그 말에 미하시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문제는 삽시간에 사라졌다. 고개를 조금 숙이는 걸로 미숙하지만, 감사를 전했다. 경비는 능숙한 솜씨로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요즘, 경비도 대접을 교육받나 싶을 정도였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경비는 좋은 하루가 되라는 말과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하루가 다 지난 마당에 좋은 하루가 되라니. 여전히 낯선 발음이었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타지마는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13층은 최상층이었다. 짐작 가는 느낌은 조금 거북했지만, 말 그대로 조금이었다. 기대로 가득 찬 마음에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13층까지 순식간에 다다랐다. 망설이지 않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조용한 복도는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낭자했다. 복도를 끼고 왼쪽의 사무실은 유리로 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오른쪽으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문이 많이 있었지만 전부 지나쳤다. 타지마는 어느 곳으로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그곳엔 미하시가 없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복도 끝 코너를 돌자 전면이 유리로 된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적나라한 그곳에는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미하시가 뒤돌아서서 널찍한 창으로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유리로 된 문 중앙에는 'President' 라고 하얀 폰트로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타지마는 주저하지 않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미하시가 고개를 돌려 타지마를 향해 안녕이라고 말한다. 타지마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이 주변은 싸했고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물음이 의식을 따라 요동쳤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

 "1층에서 비서랑 얘기했잖아?"


 전해 달라고 부탁했거든. 미하시는 당차게 말을 끝내고 내심 기대했던 특유의 그것보다도 더 밝게 웃어 보였다. 경비가 아니었구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타지마는 미하시를 그리워했던 5년의 세월만큼 될 수 있으면 길고 깊게 눈 속에 그를 담았다. 몇 발자국 걸어오던 미하시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건넨다.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어. 타지마는 차마 그 말을 꺼낼 수가 없다.


 타지마가 보아 온 미하시는 가늘고 키가 본인보다 조금 큰 것이 다였고 누구보다 속이 여리고 작은 아이였다. 할아버지의 의견을 따라 대학에서 경영학을 마치고 미호시 이름으로 유통업을 계획 중인데 그 프로젝트를 도맡았다고 듣기 전까지 그는 타지마에게 있어서 그런 아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미하시에게 바뀐 것은 외향적인 것들뿐이었다. 여전히 그는 마음먹은 것은 모두 노력으로 해내고, 여전히 배려심 많고, 여전히 착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세미 정장 차림에 말을 더듬던 것도 사라져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그런 것들을 일구어내기에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 때문도 있지만, 지금의 타지마는 그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지금의 이런 미하시를 본다면 경악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타지마는 잠시 즐거워졌다. 하지만 이내 즐거움이라든지 이제는 다 소용없다고 생각하니 생기가 없어진 표정이 되었다. 서 있지 말고 앉으라고 권유하는 미하시의 말을 자르고 타지마는 물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아까와는 달리 모든 것이 애석했다.


 "뭐 하러 불렀어?"

 "불러? 내가?"


 의아하다는 투로 되받아치는 미하시는 사무실 한쪽에 놓인 바로 향했다. 커피포트에서 뜨거운 물을 찻잔에 따르다 말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 커피 마실래? 다른 화제를 꺼내며 방긋 웃는 그는 능청스럽다기보다는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타지마는 답답했다. 미하시의 물음에 타지마는 손사래로 대신하고 대답을 재촉했다. 찻잔에 티백을 담그고 미하시는 대답했다.


 "아니야. 내가 부른 게 아니야."


 지금 이 상황은 미하시가 자초한 일이었다. 마운드의 올라갈 수 없게 만든 손목 부상의 원인이 타지마였고 그걸 알고 있음에도 미하시는 타지마를 만나기를 바랐다. 


 "네가 스스로 온 거야. 타지마."


 그들은 서로를 원했다.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죄책감? 용서? 이건 달랐다. 애초부터 개념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핫초코도 있는데. 미하시는 또다시 해맑게 미소 지으며 앉지도 않은 채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넌 도망가야 해. 지난번처럼."

 "아니."

 "그럼, 이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아니."

 "…도망가, 제발."

 "절대. 절대 안 가. 다시는."


 타지마는 그의 마지막 말에 스스로 가엾다고 여길 정도로 애처로워졌다. 타지마는 잘 참고 있던 눈물이 별안간 터져 나와 당황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간청하는 말투로 애절하게 무언가 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번엔. …이번엔 안 붙잡을게."

 "…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게, 안 찾아왔으면 좋았잖아."

 "너는…, 너는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어?!"

 "아니. 아니야. …그만하자, 이제." 

 "…내가 가는 게 좋겠다. …갈게."

 "……너 하나가 뭐라고, 내가!!"


 미하시는 횡설수설하는 그의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타지마를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타지마는 참을 수 없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타지마의 이런 마음은 분명 그에게 언젠가처럼 독이 될 터였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미하시가 후회한다고 말한다면 타지마는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더는. 자신을 위해서도, 또다시 그를 위해서도 서로를 버려야 했다. 하지만.


 "아니면 키스할래."

 "…이리 와."


 그 말과 달리 미하시는 스스로 타지마에게 다가가 두 팔로 그를 껴안았다. 타지마도 뱉은 말과는 달리 가슴 깊이 미하시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타지마는 5년 전, 속으로 외치기만 하다 묻어두었던 말을 떠올렸다. 끝내 미하시에게 전하지 못한 그 말을 느닷없이 꺼냈다. 


 "미안해."


 미하시는 아직도 사무치게 흐느끼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대답했다.


 "알아."


 이 뒤에 있을 것은 헤어짐이 아니었다. 




 "좋아해도 돼?"

 "이미 좋아하잖아."

 "…응."






(Greed : Run Away!) 마침.



@Chwa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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